8주 4일, 심정지...
평화로웠던 8주4일차, 3월 10일 정기검진으로 병원에 방문했다.
피검사 결과도 듣고, 초음파를 봤는데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하셨다.
2주동안 아무 증상도 없었어서 너무 놀랐다.
입덧도 계속 있었고 배도 계속 당기고...임신 증상은 계속 있었는데 심정지가 되었다.
계류유산으로 인한 소파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고 수술을 일주일뒤로 잡았다.
진료를 끝내고 혹시 엽산대사이상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 피검사를 했다.
남편이 휴가를 내고 병원으로 데릴러 와주었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그 동안 임신사실을 아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있다고 알리고 남편과 마음을 추스리고 맛집에 다니면서 맛있는거 실컷 먹었다.
일주일이 지난 어제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지난 번 피검사 결과를 들었는데 나는 엽산대사이상도 아니었고, Toxoplasma (강아지나 고양이 배설물로 인한 감염)도 문제 없고, CMV (거대세포바이러스)도 문제가 없었다.
그저 우연에 의한 유산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하셨다.
수술동의서를 내고, 마지막으로 초음파 확인을 했다.
여전히 심장은 뛰지 않았고 크기는 2.4cm정도 되었고, 9주4일 보내주기로 했다.
수술 전 처치를 하고 (해초스틱을 넣고 1-2시간 대기) 수술실 근처의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앞에 수술이 많아서 생각보다 오랫동안 대기를 하고 수술실에 들어갔고 수면마취를 해서 눈을 감았다 뜨니 침대였다.
깨어나면서 마취가 안된것 같다는 헛소리를 함
영양제를 맞으며 1시간 반정도 누워있었는데 생리통 같은 통증이 계속 있었다.
패드가 부착된 팬티가 입혀져 있어서 몰랐는데 집에와서 확인해보니 출혈량이 상당했다.
자궁유착방지주사와 영양제를 추가로 결제(비급여 각 130,000원, 100,000원)해서 총 339,770원을 결제했다.
3일간 먹을 항생제와 타이레놀을 처방 받고, 수술을 위한 금식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허해진 몸을 회복하기 위해 근처 맛집에서 쌀국수를 먹었다.
앞으로 3일간 소독과 항생제주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 할 예정이고, 수술 일주일 후에는 수술결과를 보러 간다.
수술당일은 샤워금지, 2주간 부부생활 금지, 일주일간 무리한 활동 금지, 월경은 4-6주 사이에 하면 되고 월경이 없을시 병원 내원. 정도의 주의사항이 있다.
당연히 다시 런닝을 할거지만 최소 2주는 쉬기로 했고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전처럼 7km씩은 달리기 못 할 것 같다. 체력이 이미 너무 떨어진게 느껴지고 몸무게도 임신전보다 더 줄어들었다.
산전검사에서 현대인의 결핍이라는 비타민D도 정상범위에다가 갑상선 수치, 백혈구 수치, 콜레스테롤, 단백뇨 등등 모두 정상범위였다.
풍진항체도 있어서 걱정할 게 없었는데 심정지라는 일이 벌어졌다.
주변에서 "뛰었니(원래 주3회이상, 회당 7km씩 런닝 하던 사람)?", 아니면 "넘어졌니" 등등 물어보는데 전혀요.
혹시나 해서 집콕생활만 했고 집안일은 했지만 잠도 잘자고 엽산과 비타민디도 열심히 챙겨먹고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와 차도 끊었다.
나에겐 저런 질문들이 너무 상처다.
네가 뭘 잘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거라고 들린다.
그럼 내가 뭘 하고 살아야 했나. 아기를 가졌으니 침대에서 내려오지 말고 지내야 하는건지 청소기 하나도 돌리면 안되고 날씨 좋은 날에 산책도 하면 안되는건지 -
의사선생님은 이건 정말로 산모의 잘못이 아니라고, 병원을 일찍 왔으면 괜찮았을까요? 생각하실텐데 전혀 아니라고, 정말 우연에 의한 유산이라고 운이 안좋았다고 하셨다. 그런데 주변에서 저런 반응을 하니까 내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난 정말 아무것도 안했다고요.
나에겐 정말 큰 충격이었는지 남편에게 무의식적으로 너무 무섭다고 다음에 또 이러면 어떡하냐고 묻게 된다.
차라리 엽산대사이상이라면 엽산을 바꾸면 되는 일인데 나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니 더 걱정이다.
남편과 여러번 상의 끝에 혹시 다음번 아기가 찾아와주었는데 또 다시 잘못된다면 그땐 딩크도 염두해 두기로 했다.
+3.18 수술 다음날
소독도 하고 항생제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
통증은 어떠냐고 하셔서, 수술후부터 생리통 처럼 통증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부터는 괜찮고 어제 출혈양이 많았다고 했더니 자궁수축이 잘 안되서 그렇다고 하셨다. 앞으로 출혈은 더 많이 있을거라고도 말씀해주셨다.
자궁수축이 안되면 추가로 약 처방이 있다고 하셨는데 초음파를 보면서 자궁수축이 잘 안되었다고 하셨고 소독을 했다.
소독약이 넘 쓰라리고요. 엉덩이 주사가 아파요. 흑
추가 처방된 약은 싸이토텍(정)이다. 어제 처방받은 약과 같이 먹으면 된다고 하셨고 아침, 점심, 저녁 1알씩 먹으면 된다.
이 약의 단점은 설사가 나온다는 것인데, 약을 먹은지 두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괜찮다.
대신 자궁수축이 일어나는 것인지 생리통같은 통증이 간간히 있고 배에 가스 차듯 부풀어 올랐다.
+3.19
소독과 주사를 위해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오전 9시부터 진료인데 8시 반에 도착해서 대기표 5번을 받았다.
담당선생님은 오후에 진료를 하신다고 해서 다른 선생님께 진료를 받기로 했다. 9시 10분 쯤 들어가서, 질정을 넣고 주사를 맞고 끝났다.
싸이토텍(정)을 먹으면 통증과 설사, 그리고 많은 출혈이 있을거라고 했는데 생리통 같은 알싸한 통증은 있지만 설사도 없고 출혈도 많지 않아서 걱정이 된다.
일요일은 당직 선생님 한 분만 계신다고 했고 담당선생님께 진료 받고 싶어서 월요일로 예약을 했다.
출혈이 진짜 적어서 자궁수축이 아직 안되고 있는건지 너무너무너무 걱정이 된다.
+3.20
자고 일어났는데 출혈이 전혀 없어서 팬티형 생리대에서 팬티라이너로 교체했다.
점심을 먹을 겸 잠시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오는데 갑자기 왈칵하고 무언가 나오는 느낌이 났다.
손가락 한마디 만한 덩어리가 나왔고 그 후로 출혈이 있다.
이런 덩어리가 네 번 정도 나오고 있는데 이게 수축이 잘 되고 있다는 건지 궁금하다.
+3.21
마지막 소독을 하러 병원에 갔다.
어제부터 출혈이 계속 있고, 초음파 결과 안에 있던 덩어리들은 다 나온걸로 확인되지만 출혈은 계속 있을거라고 하셨다.
2주에서 길면 6주 정도 지속될거고, 다른 문제는 따로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약 한달정도는 컨디션이 안좋을 수 있고 몸이 아플 수 있다고 주의를 주셨다.
걱정했던 자궁 수축 문제도 괜찮아진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금요일에 마지막 진료를 보러 오면 된다고 하시면서 진료를 마쳤다.
+3.26
원래는 25일이 진료였지만 원장님 개인사정으로 예약이 미뤄졌다.
예약이 가능한 월요일로 예약을 미뤘지만 토요일 아침 일찍 방문했다.
일단 수술시 한 균검사는 모두 정상이라고 하셨고 수술 경과도 좋다고 하셨다.
앞으로 2주정도는 출혈이 있을거고 두달안에 생리가 시작되며 혹여나 생리가 없다면 그때는 내원하라고 하셨다.
두번의 생리가 지나면 임신시도를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마지막으로 일주일간 항생제를 복용 하기로 했다.
아직 마음은 임신 준비가 되지 않아 두 번의 생리고 뭐고 내 마음이 준비가 되면 시도해보기로 했다.
+4.13
수술 후 첫 생리 시작.
4주가 되던 날 생리가 터졌다.
사실 전날에 달리기를 해서 부정출혈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생리였다.
총 6일간 했고, 후기와 같이 양이 상당했다.
생리를 안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4주째 되던 날 생리가 터졌고, 수술 후 생리양이 적거나 두달 안에 하지 않으면 자궁 유착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내심 걱정했는데 이제 한시름 놓았다.
생리통은 거의 없었고, 평소보다 생리양이 많아서 탐폰을 한시간에 한번씩 교체해야했다. 잘때는 대형 생리대로는 부족해서 입는 생리팬티가 필요했다.
이제 소파술 후기는 이걸로 끝.